1차(자캐)/퀼립 (탈퇴)
[맥] 머리에 대한 고찰 (W.미켈)
포도껍질
2015. 3. 7. 20:19
질답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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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웃긴 머리꼴은 일부러 하고 다니는 겁니까?
A.
하핫, 하고. 저절로 웃음과도 같은 날숨이 뱉어졌다. 내 머리가 뭐 어때서. 왁스로 뻣뻣해진 머리칼의 끝부분을 매만지었다. 요즘 것들은 아무튼 획일화된 패션감각 속에 정체되어 있어. 사람이란 모름지기 다양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 법이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올리브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반쯤 감긴 눈꺼풀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대로 골아 떨어지고 싶게 하는 듯해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온다. 쩍 벌어진 입 속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치의 표정은 생동감이 없었다. 참 재미없어 보이는 친구일세.
손을 들어 작게 성호를 그렸다. 아멘. 기도 소리와 함께 고개를 까딱거리며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어린양이 참회하기를 기도한다. 상대방을 놀려먹기 위한 쇼에도 눈 앞의 젊은 친구는 눈 하나 깜빡이질 않았다. 단정한 사내의 손에 들린 야구배트가 살짝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맥은 무시했다. 나처럼 착한 사람을 때린다면 그건 인간 말종이지!
"실례입니다만."
"첫마디부터가 실례였다고!"
"머리 괜찮습니까?"
어느새 저의 머리모양이 아닌 뇌의 상태를 염려해주는 남자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엄지와 검지를 붙여 o 싸인을 해주자 끄덕거리는 폼이 느긋했다.
"처음부터 정상이 아니었군요."
"사람을 그렇게 매도하면 안된다네, 젊은 친구."
머리를 정리하며 몸을 한바퀴 빙그르 돌리었다. 차악, 하고. 들었던 왼발을 다시 땅으로 붙이며 윙크하자 배트를 쥔 손이 다시 한번 움찔거렸다. 아무튼 내 헤어스타일은 말이야.
"나름 공들인거라고!"
왁스로 모양내기가 얼마나 개같은줄 알아? 망치면 무려 머리를 또 감아야한단 말이지! 양팔을 꿰어 팔짱을 낀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왁스칠을 안하면 될텐데 말이죠. 계속되는 딴지가 제 발을 걸어왔음에도 그 속에 딱히 악의는 없어보여 맥은 그저 웃었다. 부러우면 그쪽 머리도 모양을 내드릴까요, 형제님.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물었다. 얼굴을 들어올리면 남자는 고개를 젓고있었다. 저와 달리 결좋은 백금발이 남자의 고갯짓을 따라 흔들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