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자캐)/VR 미라클 (END)
[정하민] 내 파트너가 이렇게 게이같을리 없어! (with.해리)
포도껍질
2015. 7. 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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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딱 보기에도 얼굴에 나는 상냥합니다, 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듯한 인상이었다. 말투도 사근사근하고 몸짓조차 나긋하다. 그런 엔젤을 보며 하민은 저게 바로 게이의 정석이 아닐까 생각했다. 잘못 주입된 선입견이었지만 하민에게는 그것을 지적해줄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렇게 엔젤의 첫인상은 '존나 게이같은' 이 되어버렸다. 물 흐르듯이 섬세하고 가볍게 제 허리를 끌어 당기는 몸이 보기보다 컸지만 수컷의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 역시 이러한 첫인상에 쐐기를 박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하민씨."
귓가에 가까이 닿은 입술에서는 날숨과 함께 제 이름이 섞여 나왔다. 이걸 로맨틱하다고 해야하나 오글거린다고 해야하나. 이미 후자쪽으로 기운 마음을 빌어 만국 공통어인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줄까 했지만 온통 새하얀 남자에게는 욕설조차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는 듯 하였다. 저와 만난 짧은 시간동안 대화의 반절 이상을 차지하는 비속어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친절한 것을 보면, 사내는 정하민이 꽤나 불편해하는 축의 인간상이 틀림없었다.
어찌되었든 이벤트를 참여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즐기지 않으면 손해였다. 그저 끌어안고 이름을 말하면 된다. 손을 뻗어 남자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제 어깨에 턱을 올려놓은 남자의 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 저를 안느라 구부정하니 굽은 등이 보였다.
"엔젤."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남자는 웃음을 머금은 채로 대답했다. 여전히 말랑거리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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