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민] 술안주같은 초코를 파는 이 세상은 잘못되었다 (with.해리)
시스템 창이 꺼지자마자 손 안으로 무언가가 나타나는 감촉이 들었다. 손바닥을 펴보면 초록색 은박지로 쌓인 병모양의 초콜렛이 있다. 위스키봉봉이잖아. 그것도 꼬냑. 술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무지막지하게 싫어하는 종류의 초콜렛인지라 인상을 찡그리자 하얀 남자가 나긋하게 말을 걸었다.
"안좋아하나봐요?"
"너무 독하니까."
어차피 제가 먹을 건 아닌지라 남자의 손 안에 작은 병모양의 그것을 쥐어주었다. 어떻게 마시는지는 아냐? 허여멀건한 눈이 웃음기와 함께 위스키봉봉을 빤히 쳐다보았다. 바스락거리는 포장지를 까는 손길이 느릿하지만 섬세했다.
"디저트류는 좋아하거든요."
"내 보기엔 술안주다만."
아득, 하고. 거꾸로 들린 초콜렛 병의 바닥을 배어무는 남자의 입가로 초코틀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도수높은 알콜을 입에 털어넣는 모습이 엔젤의 겉모습과 유리된 느낌이었다. 술 잘마시는 천사라. 가톨릭계가 주당들이 많긴 하지. 전혀 관련없는 쪽으로 생각을 전개시키는 사이 병모양의 초콜렛을 입 안에 넣고 굴리는 남자가 저에게 가까워졌다.
"뭐야."
"답례요."
살풋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남자가 저와 눈을 마주쳤다. 눈높이를 맞춘 덕에 투명하게 파란 눈동자가 바로 제 눈 앞에서 깜박인다. 내뱉는 숨에서 독한 꼬냑 향이 났다. 키스해도 되나요? 입술이 맞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떨어져있는 거리에서 묻는 남자가 우스워 목덜미를 끌어당겨 아랫입술을 물었다. 현실도 아니고, 고작해야 게임 속 이벤트에서 뭘 그렇게 물어. 부드러운 입술을 잘근거리며 씹어 핥았다. 알싸한 알콜내가 혀에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