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석타이] 계약연애

포도껍질 2017. 4. 16. 21:40

2017.04.16 #롤겜만_전력_60분 (계약연애)


[타이난 파일럿 연예인썰 기반] 

[응석타이]

[21:12 ~ 21:36]



1. 


"뭘 하자고?




2.


처음으로 오프에서 만난 놈은 인게임에서의 아바타와 별반 다르게 생기지 않았다. 신기하네. 맨얼굴 까고 방송하는 거였냐? 인터넷 방송 쪽으로는 관심이 없던 지라 그 바닥의 생리따위 알 길이 있을리 만무하다. 자기 얼굴 그대로 내보이는거면 뭐 거의 준연예인 급이네. 얘 인기도 되게 많지 않나. 타인을 앞에 두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면 상대방도 놀랐던 모양인지 평소에는 무어라 말을 붙였을 놈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넌 뭐 커마를 니 상판이랑 똑같이 했냐?"

"미친. 연예인이었어? 연예인이 이렇게 게임 오프에 쉽게 나와?"



속으로만 생각하던 제 질문이 입 밖으로 내뱉어진 것과 응석의 어이없다는 목소리가 튀어나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높낮이가 다른 음성이 섞이어 불협화음을 내었다. 연예인. 연예인이라. 아직도 그렇게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괜시리 기분이 이상해져 오른손으로 뺨을 쓸었다. 이미 오륙년도 전에 촬영 중 실수로 망가진 한 쪽 시야가 평소보다 더 일그러져 보인다는 착각이 들었다. 



"연예인은 무슨. 다 옛날 말이지."

"장난해? 와, 시발. 니 데뷔작을 내가 얼마나 감명깊게 봤는지 아냐? 엄마랑 같이 보다가 아예 엉엉 울었거든?"

"그러셨어요? 십오년도 전에 내 연기를 보고 우셨어요, 우리 지존 응석님?"

"어, 무려 최강 지존 응석님이 그러셨어요. 타이난님."



저를 앞에 두고 아직까지 황당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응석이 불편해 뒷목을 주무른다. 타인의 시선은 항상 고파하는 편이지만 이렇듯 호기심과 과거의 향수에 기인한 관심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십년도 전에 아역배우로 운좋게 빵 뜬 놈. 커서는 연기도 제대로 못하는 걸 그나마 얼굴이라도 정변해서 캐스팅했더니 부상입어서 감독 발목이나 잡는 새끼. 쓸데없이 곧아서 이쪽 계통으로는 키울 맛이 안나는 목석. 이제는 변변찮은 화보촬영 외에는 밥벌이도 못하지만 집이 잘살아서 취미로 모델짓이나 하는 재수없는 자식. 아역으로 데뷔해 커오면서 수군거리는 말들은 죄다 저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다 넣어주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현실]에서 이런 식으로 집중받는 것은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토할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불편한 눈꺼풀 위를 세게 문질러 비볐다. 불안할 때면 으레 나오는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놈의 시선이 담고있는 감정을 똑바로 보기가 무서워 그나마 제대로 기능하는 눈마저도 제 운동화 끈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 끈. 풀리겠네. 아슬아슬하게 묶여있는 리본 모양이 곧 풀릴 것 같았다. 괜히 나왔나봐. 일반인이, 그것도 사내새끼가 알아볼 줄은 몰랐지.


아닌게 아니라 애당초 남자팬도 별로 없었고, 모델 일 말고는 TV에도 안나온지가 벌써 몇년이었다. 이런 식으로 버츄얼 게임 방송용 장비 하


졸려서 관둠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