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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엉?"
저기 저 남자 어디서 본거 같지 않냐? 저희 카포에게 무어라 속삭이며 무릎을 수그리는 남자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무뚝뚝해보이는 인상이 마치 로봇처럼 보이는 사내였다. 휘유, 우리 카포도 작은 키가 아닌데 저 형씨는 더 크네! 보스만 하지 않을까? 불편해보이는 자세의 남자를 멀찍이서 구경하면 어디서 가져왔는지 로운이 올리브가 얹어진 에피타이저를 먹고있었다. 치사하게 혼자 먹냐. 자, 먹여드릴테니 많이 쳐드세요, 우리 형아. 자연스럽게 입에 넣어주는 쿠키를 씹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어디서 봤더라.
"아."
"또 뭐."
"저거 니네 집 식모 아니냐?"
또 한번 넣어주는 무언가를 우물거리다 삼키며 손뼉을 치었다. 맞아, 어디서 봤나 했더니 니네 집에서 봤어! 하릴없던 어느날 로운의 집에서 뒹굴거리던 때를 기억한다. 미사도 없고 임무도 없고 의욕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털이 인생을 즐기며 드러누워 바닥과 한 몸이 되기를 약속하던 날이었다. 삑, 삑, 삑. 하고. 로운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내 동생~, 왔어? 형님 배고프시다! 꾸룩거리는 뱃가죽을 긁으며 그대로 턱을 들어올리면 인기척이 멈추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발이 보였다. 음. 아무리 성장판이 안닫혔다지만 하루만에 너무 컸구나, 동생아.
-저기.
-...
-누구세요?
표정없는 남자의 얼굴에 미세하게 자리잡은 당황을 읽어내려가며 거꾸로 들렸던 시선을 바로 세워 몸을 일으켰다. 남자의 손에 들린 봉투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결국 말없이 저를 쳐다보던 남자는 그대로 냉장고를 열어 봉투 속에 있던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그 행동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보여 맥은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우리 로운이가 돈을 많이 벌었나봐, 이젠 가정부도 쓰네! 냉장고 정리를 다 한 모양인지 일어나는 남자에게 눈을 떼지 않자 곧 시선이 얽히었다. 어이쿠, 수고 많으십니다. 볼일은 다 보신 모양입니다?
-로운이에겐 전해둘테니 그럼 이제 나가도 되는데.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와, 말할 줄 아네.
너무 말이 없길래 벙어리인줄! 실례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어깨를 들썩이었다. 살짝 미간을 찡그린 남자는 저를 향해 가볍게 목례하더니 들어왔을 때와 같은 걸음걸이로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잘생긴 형씨, 잘가~. 누운 모양새로 손을 흔들었다. 등돌린 남자는 보지 못할 행동이었다.
"아씨, 형은 또 언제 봤대?"
"내 집이 내 집이고 니 집이 내 집 아니겠냐, 동생아."
"현관 비밀번호 바꿔버릴까보다."
"나를 향한 애정이 식은거야?"
"하핫, 지랄도 참."
가운데손가락을 들어올리는 로운의 오른손에 쥐어진 포크를 빼내어 올리브를 찍어들었다. 카포한테는 비밀이야. 어허, 이 형님을 뭘로 보고. 그정도 눈치는 있으니까 걱정말라고! 제 귀에 소근거리는 로운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웃는다. 머리가 망가진다며 손을 쳐내는 것이 귀여워 낄낄거리면 아프지 않게 정강이를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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